◆위기의 서울디지털단지 / 이창희 진코퍼레이션 사장◆
"정부가 창업 열기에만 휩쓸려 돈을 잘못 쓰고 있어요. 중소 IT 경쟁력 전반을 살리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."
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진코퍼레이션(물류 IT 솔루션)은 요새 G밸리에서 잘나가는 몇 안 되는 IT업체 중 하나다. 2008년 연 100억원을 갓 넘겼던 매출은 지난해 190억원으로 수직점프했다. 이 회사 이창희 사장(55)은 "국내에서만 영업을 했으면 절대 이런 성과가 나지 않았을 것"이라며 "미리부터 일본시장을 집중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"고 말했다.
이 사장은 최근 `흑자도산`하는 중소 IT업체가 쏟아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. 이 사장은 "대기업 납품 대금이 몇 달 지연되거나 시장 상황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업체가 이내 문을 닫는다"며 "사무실 근처에 잘나가던 업체 사무실이 줄줄이 경매로 넘어가는 걸 보고 정말 사정이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"고 말했다.
그는 창업에만 집중해 지원금을 몰아주는 정부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. 이 사장은 "앞날이 불투명한 벤처업체들이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만 들고 수억 원 자금을 타내 불나방처럼 돈을 날리고 있다"며 "시장에서 검증된 기술력이 있는 중소 IT업체들은 `창업`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로 자금 지원 혜택 대상에서 빠진다"고 말했다.
최근 대기업이 보여주는 행보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. 특히 중소 IT업체에서 수년간 공들여 키운 인재를 대기업이 스카우트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.
이 사장은 "대기업은 인재를 자체 양성할 능력이 충분하지만 중소기업은 인재 한 명을 뺏기고 나면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"며 "대기업은 개방과 혁신으로 대표되는 IT생태계 전반을 살릴 수 있도록 중소기업과 윈윈해야 한다"고 말했다.
2014. 04. 29
미디어 : 매일경제
코너명 : 기획특집
<관련기사 _ 2014. 04.29일자 A1면>
<관련기사 _ 2014. 04.29일자 A3면>